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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앵~~~

카테고리 없음 2018. 10. 5. 00:45

어떤 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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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텍스트에서 (이는 마치 세계를 구원하는 - 지나가던 선비 혹은 스님과 비슷한데) 하루끼와 류를 가지고 싸우던 일화가 많이 나왔다. 혹은 내가 그런 텍스트를 많이 봤던가. 여튼 요점은 하루끼가 찌질하고 류가 나았다 하는건데, 둘 다 무라카미 어쩌구이니 그놈이 그놈인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하루끼의 초기작, 그러니까 100%의 여자아이를 만난다거나 18세기 터키의 조세관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가 류의 중후기작, 여자의 발목을 잘라 그 위에 고통을 제거해주는 스프레이를 뿌린다음 섹스를 즐기는 클럽이나 뭐 이런 이야기를 읽다보면 대체 하루끼와 류를 비교하는 일화가 왜 그토록, 지나가던 선비 혹은 스님처럼 현대의 어떤 텍스트들 사이에 등장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갈 수밖에 없다. 사실 "무라카미"라는 것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무라카미" 이 얼마나 강렬한가? 대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 성씨가 아닌 이름의 강렬함을 이에 대조해보라. 만약 믿지 못하겠거든, 생각해보라.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같은 강렬한 이름이 아니라면, 그 상의 권위가 이어졌겠는가?)


불행이도 (우리 모두의 실존이 마찬가지이듯) 이러한 대조와 슬픔이야말로 마치 불교의 인생=고통과 마찬가지로 보편적으로 기능한다. 항상 비웃던 하루끼가 어느날 돌부리에 걸리듯 떠오르고, 그나마 건전하다고 믿던 류도 별볼일 없던 욕정의 노예(machi like Dmitri)이듯 고귀함과 저속함은 우리, 유기체 안에서 무모순적으로 조응하고 있는 것이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참여한 미사에서 젊은 신부는 "예수가 처음 베드로를 만났을 때 처럼 옆의 이들을 대하라"고 말했다. 그것은 마치 레닌과 세 동료처럼, 맑스를 만난 엥겔스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이는 회고적 관점이다.) 신화가 아닌 삶의 태도로서 베드로를 만난 예수, 이 관점에 있어서 나는 하루끼보다는 류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래도 그는 독자를 베드로처럼 만났다. 그에 반해 하루끼는 문학의 제단위에 욥 혹은 이사야가 되지 못했다. (활활 불타라~~~)


무라카미 류, 그것은 결여였고, 그것은 구제받지 못할 남성성이었고, 사세보 항구였으며, 동두천 혹은 용산이었고, 남아있는 영등포 같은 것이었다. 류는 그래도 도쿄가 아닌 서울이었다. 이에 반해 일본의 어떤 지성들(혹은 우리가 좋다고 신나하던 그 사람들)은 그래서 反-도쿄로서의 서울이었지, 서울로서의 서울은 아니었다. 아마도 이 차이를 누군가 이해한다면, 음...


글은 지우면 되지만, 그리움은 어찌 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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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 2018. 6. 3. 21:07

시계를 찾아 떠난 인터넷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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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나는 시계를 사리라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이쁜 시계가 가지고 싶었다. 남들도 아는 시계이면서 동시에 나의 개성이 드러나는 그런 시계가. 예를 들어 Seiko SARB 033 (약 35만원) 같은 경우 시계를 처음 사려는 나에게 아버지 세대의 감각과 automatic의 즐거움 등을 줄 것만 같았다. 기억 저편 어딘가에서 어린 시절 저런 시계를 본 것만 같은~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이 시계가 좋다고 쑥떡쑥덕 하니, 왠지 이 시계를 사면 비싼거 사면서 손해보는 느낌이 들지 않을 것만 같은 것. 싫다)


Seiko SARB 033(black), 035(ivory)



그렇게 살짝 타오른 시계에의 욕구가 수그러든 건, 별 볼일 없는 나의 재정상황과 급변하는 한반도의 정세 속에 요동치는 주식, 감정과 신체의 기복에 의한 어려움 때문이었다. 별다른 목적없이 시계를 멍하니 계속 보다보니 5만원만 더, 10만원만 더 하며 고가품을 기웃거리게 되고 결국 100이나 200이나~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내가 원하는 게 뭐지를 생각했다. 손으로 시계밥 돌돌돌 돌리는 것 보다 잔고장 없고 튼튼하고 정확한 Quartz가 나의 취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Grand Seiko SBGT 035


Grand Seiko SBGT 037


200만원 이상대의 시계로 깔끔한 디자인에 간지넘치는 한자... 漢字가 보인다. 月火水木金正...  Quartz의 최강자 그랜드 세이코를 무리해서 구매할까도 진지하게 생각했다. 살 돈은 마련되어 있긴 했는데, 시계에 이백만원을 쓴다는게, 그리고 성인이 되어 시계를 내 돈 주고 사 본적이 없는데, 시계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쌓지 않고서 수백만원의 구매 행위를 한다는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서 접었다. 하지만 돈을 모아 일본에 가면 GS를 사겠지.


여튼 또 신변에 이런저런 (중략)하여 시계 살 일이 생겼다. 그래서 내 분수와 소득에 맞춰 용도에 필요한 시계를 구할려고 이런저런 디자인들을 살피다 드디어 두 개의 후보를 만났다.


카시오 AW-90H 시리즈


카시오 AW-90시리즈 중에서 (왼쪽에서 부터) 1번 푸른색과 3번 흰판을 두고 고민을 했다. 1번은 너무 군대에 있을 때 쓴 시계같고(근데 아직도 이쁘고 좋아보인다), 2번은 다 좋았는데 숫자 7 6 5가 시계의 밸런스를 짜부라뜨려 싫었고, 4번은 색 배합이 늙수구레 하여 싫었다. 결국 3번으로 낙점, 22,350원을 내고 쇼핑 사이트에서 주문완료를 했다. 그런데 적절한 가격, 듀얼타임과 별개로 방수기능이 50m였다. 샤워하면 간당간당한 수준. 그때 난 깨달았다. "아 내가 시계차고 샤워를 하고 싶어하는구나" 이로서 내가 시계를 원하는 두 번째 기준이 생겨난 것 같다. (첫 번째 기준은 Quartz!)


부랴부랴 주문을 취소한 후 내가 생각하는 시계의 기준을 생각해 봤다.

1. 신뢰, 정확, 편리 = Quartz

2. 듀얼타임(아날로그+디지탈)이 되어야 하고, (꼭 필요한 실용성)

3. 샤워를 하기 위해서는 100m 이상의 방수기능이 있어야 한다. (나만의 고집!)


샤워를 할 수 없는 카시오 AW-90H... ㅠㅠ 주문 취소를 했다. 내가 원하는 조건에 맞지 않는데 매일 저 시계를 보며 괴로워하다가 그냥 던질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시계는 매일 보는 것이다. 그러면 기능도 좋아야 하고 내가 보기에 이뻐야 한다. ㅠㅠ... 이게 너무 중요하고 또 중요하다. 사람들은 美의 가치를 탐하다 어떤 공허함에 직면하지만, 우리가 생산하는 가치의 대부분이 또한 그 美를 향해 탕진된다. 그래서 美에 힘이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이쁜 시계가 필요했다. 허나 이때까지는 저 기능들을 생각하며 이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인식을 못하고 있었다.


So, 쿼츠인데 튼튼하고 샤워도 할 수 있는 시계? 그럼 무조건 G-Shock 이지 ^모^

G-Shock G100BB-1A // 86,250₩ (배송비 포함)


GA-800-1A // 86,530₩ (배송비 포함)


GA-100-1A2DR // 91,190₩ (배송비 포함)


선택과 배제를 반복하며 경향이 잡혀나갔다. 블루 계열 좋고, 난잡하고 경망스러운 것 싫고, 여유자금을 시계에 투자할 만큼 아직 시계를 잘 알진 못하고. 듀얼타임이 좋은데 잘 보이도록 시안성을 확보해야 하고, 그런데 또 알판이 너무 크면(빅페이스) 어린 사람 같아보이는 게 싫고. 나이도 있는데 차라리 G-Shock 라인업 중에서 티타늄 등 금속으로 만드는 고가 라인업으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플라스틱 재질은 안 이쁜게 아닐까, 그러니까 나는 G-Shock과 어울리긴 힘든게 아닐까...


시계가 마치 나의 identity를 표현하는 것 마냥 여러 고민들을 하며 새벽에 인터넷 서핑을 했다. 그러면서 최초 22,350원의 시계가격은 슬슬 10만원 대를 넘보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10만원이나 시계에 써야 하나라는 생각과, 10만원 쓸거면 좀 더 써서 이쁘고 튼튼하게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욕심도 슬금슬금 기어오른다. 그러다 문득, G-Shock은 애들이나 차는 시계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이 감정이 너무 격렬해서 G-Shock에 대한 모든 고려의 마음이 단순간에 사라졌다. 부연하자면 G-Shock이 비지니스를 하거나 편안하게 일상을 가져가는데 있어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난 조금 진지해져야 하는 상황이었고, 샤워를 할 수 있고, 튼튼하며, 가격이 저렴한 G-Shock을 그런 활동 반경의 이유로 인해 구매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G-Shock이 충분히 이쁜 시계이지만 나에게는 이쁜 시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카시오 관련 페이지를 닫고 다른 시계들을 처음부터 다시 스캔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언젠가 적절한 소득을 올리면 G-Shock 고급라인으로 하나쯤 꼭 사고싶다. 계속 고민하며 보다보니 정이 들었다. 돈 많이 벌면 탄탄하고 묵직한 금속제 라인으로 하나 장만해야겠다.


G-Shock에 대한 고민을 마친 후 나의 시계 여정은 다음의 기준에 의해 정렬되었다.


1. Quartz

2. 해외에서도 자유롭게 - 듀얼타임 또는 GMT

3. 샤워 및 기타 거친 환경에 대비하고자 100m 이상 방수

4. 소재의 튼튼함, 디자인의 견고함

5. 지불 가능한 가격대일 것 


여기서 GMT의 조건이 붙게 된 것은 듀얼타임으로 할 경우 구매가능한 시계의 폭이 너무 좁아지고, 디자인적 제약이 커저셔 약간의 옵션 확대를 도모한 것이다. GMT를 활용하게 된다면 굳이 듀얼타임을 추구하지 않아도 어느정도 기능적인 요구가 충족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계한번 보고 - 음, 한국 주식시장이 열렸군. 매매 ㄱㄱ~ 이런거) 이런 위의 4가지 항목을 만족시키는 시계 제조사가 있었는데 바로 TIMEX였다.


Timex T2P427DH // 미국 구매대행 약 120,000



Timex T45181 // 미국 구매대행 약 54,000


타이맥스의 요 엑스페디션 모델은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갖추었다. 100미터 방수, 듀얼타임, 싼 가격, 튼튼한 외관... 그러나 수많은 시계를 거치며 나의 눈과 취향은 조금씩 오르고 있었고, 5만원대의 가격은 나에게 '음... 내가 사기엔 좀 싼거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게 했다. (몇일 전 까지 11번가에서 22,350원짜리 시계를 주문해 놓고 두근거리던 바로 그 사람이 나인데...!) 타이맥스 T45181 디자인도 너무 아웃도어 지향이었고, 색도 마음에 안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훌륭한 시계임에도 트집을 잡고 싶은거 보니 역시 - 이쁘지 않은 것이었다. 아, 이쁜게 뭐길래.


타이맥스의 듀얼 타임 제품군을 스캔하다 정말 곧바로 구매하고 싶었던 물건이 있었는데, 바로 다음 사진에서 나온 제품이다. 근데 단종되어서 구할 수가 없다. 전 세계 인터넷 그 어디에서도 파는 곳이 없다. ㅠㅠ 이 제품을 써 본 한글 사용자의 후기가 딱 하나 네이버 블로그에 남아있는 상태였고, 그래서 난 내가 원하는 것을 구할수 없기에 타이맥스가 살짝 미워지고 멀어진거 같아 브랜드 전체에 대한 스캔을 포기하기로 했다. A라는 집에 가장 이쁘고 가지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그걸 더이상 구할 수 없으면 아무리 좋은게 막 있어도 A라는 집을 떠나고 싶어지는 것이다.


Timex T41361 Expedition // 10년전 약50$ (단종)


이 시계는 모든게 좋아보였다. 100미터 방수, 듀얼타임, 간결한 베젤, 팔목 털이 쑥쑥 뽑히지 않는 가죽밴드, 깔끔한 시안성, 약간의 여성스러움, 저렴한 가격. 단종이 되었다니 더 큰 욕구가 마음에 일고, 아마존의 리뷰까지 샅샅이 읽게된다. "이거 진짜 좋고 기능적이고 싸서, 너가 하나 샀다면 나중에 다시 필요해질꺼니까 하나 또 사서 필요할 때를 대비해 둬. 근데 타이맥스 초침소리 좀 큰건 알고 있는거지?" 뭐 이런 내용이었다. 시계바늘 소리를 어릴적부터 싫어하던 내가 드디어 타이맥스를 싫어해도 되는 이유를 찾는 순간이었다. '그래, 저거 사면 분명히 이쁘지만 시끄러워서 짜증이 날꺼야'


세이코, 카시오, 타이맥스를 거치면서 내가 선호하는 미감과 취향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접근하게 되었다. 대량생산 느낌을 좋아하고, 시안성이 높아야 하며, 시계를 보는것은 곧 현재시각을 알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루미녹스같은 혼돈계 제품은 안보게 되었고, 타이맥스 위캔더 계열의 간결함과 미니멀에 좀 끌리게 되었다. 하지만 기능적인 것 - 듀얼 혹은 GMT! 이렇게 조건이 늘어나니 미니멀리즘은 멀어지고, 조건에 걸맞는 시계는 점점 찾기 힘들어졌다. 다시 정리해보자.


1. Quartz

2. 듀얼타임 또는 GMT

3. 운동 및 샤워를 위한 100m 이상 방수

4. 소재의 튼튼함, 디자인의 견고함 (전고 1cm 내외)

5. 지불 가능한 가격대일 것 (30만원 이하) 

6. 높은 시안성


상품의 바다에서 멍하니 떠내려가는 척 놀랜드처럼, 나는 구글과 아마존이라는 망망대해에서 위의 조건을 윌슨 삼아 항해했다. 출장용 시계 추천, business trip watch, dual watch, gmt watch, 각종 시계 메이커 이름을 구글창에 때리고 또 때렸다. 한국의 커뮤니티나 블로그는 G-Shock 5600을 사라는 말만 서로 돌려돌려 하다가 인천공항 직구한 비싼 시계 자랑밖에 없었다. 조건과 그에 따른 접근보다는 남들도 다 알고 있고, 그래서 남들이 보기에 안쪽팔리면서도 스스로는 유니크하다 느낄 수 있는 제품에 다들 우와~ 하는 분위기였다. 외국의 포럼은 듣도보도 못한 시계들 대잔치라 내가 원하는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웠고, 시계 전문 마켓사이트의 리뷰나 스펙이 도움이 되었다.


흐음, 갑자기 - 내가 이런식으로 주식을 연구하고 샀으면 훨씬 더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주식은 구매 즉시 가격이 하락하는 재화가 아니지만, 내가 사려는 일반적인 저가 시계는 일단 구매 즉시 가격이 하락하는 재화이기에 내가 부여하는 worth와 시장의 value가 행복하게 만나는 지점을 습관적으로 더 맹렬하게 쫓게 된건 아닌가 싶다. 주식은 들고있다 무거워지면 보내면 되지만, 이건 계속 내 손목에 들고 있어야 하니깐.


에에, 여튼, 그래서, 결국 내가 찰 시계를 발견했다. '발견했다'고 말 할 수 있게되어 좋다. 회사 이름도 생소한 베르투치(Bertucci)의 A-2TR 모델이 바로 그것이다.


Bertucci A-2TR // 216$


베르투치사의 A-2TR이라는 제품으로 베르투치사의 모든 시계중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 티타늄으로 제작된 이 제품의 핵심은 단단함 / 100미터 방수 / GMT / 높은 시안성 / 미국 지인을 활용한 20만원대 구매 / 유니크함(한국에서 이 모델을 다루는 상점 또는 블로그 포스트가 아직은 없는 것 같음)으로 내 입장에서 요약된다.


거의 1주일간 여가시간에 시계 관련 정보들을 보며 헤메었는데, 일단 내 경제수준에 20만원 정도를 쓰는 것은 무리가 아니라는 판단에 구매에 자신감이 있었다. 한국에서 이 시계 관련된 정식 수입사와 회사의 2003년에 시작한 베르투치의 역사를 알리는 포스팅은 있었지만, 전혀 구체적이지 않았고 번역된 내용도 초라해 별 도움이 안되었다.


A-2TR모델의 스펙은 다음과 같다


http://www.bertucciwatches.com/Bertucci/GMT.html


- 일체형 티타늄 바디

- 회전 개폐식 스크류 용두와 뒷판

- 신체의 편의를 위한 4시 정각 용두 (3시 정각에서 -30˚)

- 날짜 창

- 시계방향 회전 베젤

- GMT / 2지역 시간

- 전 파츠 금속제 스위스 쿼츠 무브먼트

- 강화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라스

- 배터리 수명 3.5년

- 3년 품질 보장


- 나일론 스트랩 포함 68g

- 내경 30.5mm / 외경 40mm

- 세로 총장 51mm

- 본체 두께 11.5mm / 총 두께 14mm

- 22mm 나토밴드


- 특수기능 A : 배터리가 낮을 때, 초침이 4~5초를 이동 후 멈춤을 반복함. 이를 통해 사용자는 배터리가 낮은 상황을 인지하고 연속적인 시계 사용을 위해 배터리 교체를 할 수 있음.

- 특수기능 B : 핸즈와 자판의 스위스 수퍼 야광이 장착되어있음. 햇볕이나 실내 조명을 쬔 후 몇시간 동안 충분히 가시적인 빛을 냄. 이를 통해 시계의 기계적 약점부분인 용두를 누를 필요도 없으며, 배터리를 빠르게 소모하지도 않고, 양 손 모두 시계를 조작하지 않아도 됨.


- homepage : https://bertuccifieldwatches.com/series/a-2tr-vintage-gmt/



'그래, 이거 사자'


아마존 셀러가 216$에 팔길래 냅다 구매 돌돌 했는데 서울 코리아로 띄워 보내주는 제품이 아니다. 250$에 파는 사람은 서울 배송에 50$에서 290$까지 세금 포함 추가금이 요구되었다. 비용이 과하다 싶어 일단 미국 지인분에게 부탁드리기로 했다. 최종 결정을 마친 다음 지인분에게 카톡과 링크와 구매의 사정을 설명드렸다. 흔쾌히 구매를 대행해주겠다면서 사람에겐 자기보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나에게 건네왔다.


대화를 마친 후 그동안 시계를 사기 위해 어떤 정보들과 페이지를 오갔나 궁금하여 크롬 히스토리 창을 보았다. 시계를 찾아 나선 과정이 빼곡했다. 블로그, 시계 메이커, 커뮤니티, 본 기억도 안나는 각종 시계 이미지. 이런 식으로 한 인간의 잡다함이 생겨나고 굵어지는 거지. '자기보상'


MWC의 제품들 또한 위의 조건들과 맞긴 했지만, 롤렉스 디자인이라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TIMEX라는 미국-상징을 한번 차 보고 싶어서 타이맥스의 이런저런 제품들을 보았지만, 내 마음을 딱 부러뜨리지 못했고, 조건에도 한 두개씩 어긋났다. 내가 제시한 조건이란게 (내가 느끼기에는) 그리 빡빡한게 아니었음에도, 맞는 제품을 만나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 Victorinox의 제품은 너무 정적이고 재미가 없었다. 빅토리녹스는 나에게 항공기에 들고 탈 수 없는 칼 만드는 이미지가 강하기도 했다. 구매하려는 가격대 중 가장 비싼 30만원 중반대의 가격임에도 "으아악! 이거이거!" 하는 느낌이 없다.


차라리 그냥 G-Shock이나 사버릴까 하는 마음이 몇번이고 들었다. 구매 후 내 마음에 안들었을 때에도 전혀 타격을 입히지 않을 것 같기 때문에 G-Shock은 정말 편리하고 적절한 선택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최종적으로 구매를 결정한 베르투치 GMT모델의 경우 무엇보다 내가 필요로 했던 조건과 정확하게 일치했고, 여름이 다가오는 와중에 편해보였다. 베르투치를 A-2TR 모델을 다루는 한국의 온라인 마켓이 거의 없고 심지어 그 흔한 블로그 포스팅도 없었다는 점은 처음에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그만큼 대중, 혹은 다른 사람들의 인식과 시선은 신경 쓰인다.


그러다 어느 순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메이커를 모른다는 것이 나에게는 적절한 장점으로 역전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20만원으로 부담 없는 가격으로 유니크함과 단단함, 원하는 기능을 쥘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주식을 하는 입장에서 저평가된 주식을 구매하는 기분이랄까. 충분히 시장을 검토하고, 내가 가진 매매의 조건들에 부합하는 주식을 살 때의 은밀한 즐거움. 야금 야금 알려졌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확실하게 알고있고, 이건 오를거야 하는 기분.


Bertucci A-2TR을 만나며 나의 시계를 찾아 떠난 인터넷 여행은 아마존 지인 구매대행으로 끝을 맺었다. 아마 구매동기가 없었다면 그냥 하릴없이 시계 메이커와 다큐멘터리와 사람들의 리뷰를 보며 혼자 '으음~'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열심히 일하고 여러 사람들 만나 소득이 증가하면 또 더 좋은 모델이나 나 스스로의 필요에 따르는 모델을 사기위해 고민하는 시간들이 왔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이나 부모님을 위해 선물을 하고 싶기도 하다. 가격과 디자인, 소재와 확장성에 있어서 Bertucci A-2TR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 내 마음이 배신당하지 않고 "택배요~" 소리를 듣고싶다. 쇼핑은 너무 어렵다. 



** 저는 시계 구매에 대한 도움을 드리지 못합니다. 한국 쇼핑사이트의 경우 경유하는 가격비교 사이트에 따라 최종적으로 표시되는 가격이 다릅니다. 

***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블로그를 소개합니다.



시계를 사기 위해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우연히 들렀는데 열정과 기괴함과 익살이 느껴져서 좋아하게 된 블로그 하나 링크. 뻥과 장난끼와 진지함이 엉망진창 뒤섞여 비밀로 딜린 수백의 댓글들 내용도 궁금해짐. 그냥 읽으면서 미친듯이 낄낄댔음. "완벽"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 마다 개웃김.


https://blog.naver.com/knowledgetip/22112504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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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 2018. 5. 17. 20:28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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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꼭 보리라 생각했던 것이 30년이 걸릴줄은 몰랐다. 어릴 적 비디오 가게 앞에서 본 이 영화의 포스터는 너무나도 강렬했다. 막막하고 답답하던 유년기의 나에게 포스터는 야했고, 미국이었고, 나중에 볼 수 있는 그 무엇이었다.


영화는 89년작이고, 한국에서 비디오 가게 붐이 불어닥친게 88년 즈음이니 비디오 대여점 앞에서 포스터를 맹렬히 보며 생각하던게 90년 정도의 일이 아니었을까.


30년을 돌아 오늘 처음으로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 Last Exit to Brooklyn"을 보았다. 보는 내내 마음이 비통했다. 그녀에게 닿고싶다.


Tralala



(요즘들어 필름으로 제작된 영화들을 보는데, 마음이 편해지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의 장막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어 한 편 한 편 보는데 마음이 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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