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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앵~~~

카테고리 없음 2020. 5. 5. 23:08

COVID-19, 자가 격리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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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1. 자가격리 0일차
> 16시 30분, KE082편으로 JFK-ICN 도착 / 체온검사 - 앱설치 확인 - 전화번호 확인 - 자가격리서 작성 - 자가격리서 확인 - 여권확인(입국) - 수화물 수령 - 세관 통관 - 여권확인(입국장) - 지자체별 안내 - 입국
전체적으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입국절차였는데, 입국 하기 전 인터넷으로 찾아 본 서울시, 인천공항, 대한항공의  제공 정보들이 모두 불명확했다. 인천공항에 나온 육군지원단이 사람들 몰리니 자꾸 밀착하라 해 당황스러웠다. 방역복을 덮어쓰고 뒷사람에게 붙지 말라는 아주머니도 신경질적이었지만, 둘이 접붙어서 계속 시시덕거리고 장난치며 다른 사람과의 거리를 안지키는 커플도 꼴불견이었다. 목에 꼽힌 나의 체온은 36.2도.

 

> 18시, 회사 동료가 픽업 나옴. 함께 영등포로 이동하여 짐을 내리고 다시 동대문으로 이동. 회사 동료가 유일한 접촉자
지자체별 안내에서 COVID-19 검사를 받으라기에 집에 가까운 삼육서울병원을 생각했는데, 그곳은 유료라고 하여 동대문 보건소에 가서 받기로 했다.

 

> 20시, 동대문 보건소 도착

보건소는 밤 10시까지 운영되며, 검사 전 역학조사를 진행 한다. 혀와 콧속 깊숙이 면봉을 두 번 넣는 형식으로 검체를 채취했다. 밤 8시 넘게 온몸에 방역복을 덮어쓴 이가 안타까웠다.

 

> 20시 40분, 귀가.

동료가 교촌치킨 허니콤보와 레드콤보을 주문해 주었다. 교촌치킨 영업이 잘 되는지 레드윙 만들 날개 분량이 없다고 한다. 가볍게 맥주 한 잔을 했는데 멍 하다.

 

> 22시, 동료 자택으로 귀가.
미국에서 들고온 짐들을 풀고 아버지 컴퓨터를 설치하고 내 컴퓨터를 업그레이드 했다. 아버지 컴퓨터에 키보드, 마우스, 화상카메라, USB Wi-Fi등을 설치한 후에 모니터를 듀얼로 갈 것인가가 고민되는데, 일단 아버지가 좋아하는 삼성 모니터로 진행 예정이다. 내 컴퓨터는 SSD, 키보드, 마우스, 메모리를 업그레이드 했다. 잠이 계속 오지 않는다. 집의 공유기를 Netgear로 바꾸었고, 이전처럼 Wi-Fi를 비번 없이 오픈하지 않고 5GHz, 2.4GHz 투채널로 비번을 걸어두었다.

 



2020.04.22. 자가격리 1일차
내친김에 짐도 다 풀고, 컴퓨터 업그레이드도 마치고 LoL도 밤새 했다.

 

>08시 50분, 12시간 정도 지났는데 바로 COVID-19 음성이라는 결과를 통보받음

어머님이 해 두고 가신 김치찌개를 먹었다. 음성 판정이 나올거라 예상했고 그리 긴장하지 않는 성격이라 무덤덤 했는데, 부모님이 좋아하신다. 미국쪽 동료들도 좋아한다. 감정도 연결도 코로나를 통해 직접적이다.

 

>10시, 까붕이가 야옹야옹. 건식사료, 물 챙겨줌

 

>11시, 1979년작 "복수는 나의 것"을 틀어놓고 수면
시차적응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갈 때가 힘들고,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는건 그나마 조금 나은 편이긴 한데 꽤나 성가시다. 담당공무원에게 하루에 2번 전화가 올 예정이고, 자가 격리 앱도 계속 등록해줘야 한다. 자가격리앱에 체온을 적어야 하는데 체온계가 없어서 36.2, .3, .4, .5 를 오가며 적고 있다.

 

>20시, 기상. 까붕이 습식사료 (참치캔) 챙겨줌

베란다로 나가 식물들 중 츄욱 처진것들에게도 물을 주었다. 아버지 컴퓨터 모니터를 삼성 27인치로 하기로 결정하고 배송 빠른 쿠팡에 주문을 넣었다. 내일부터 재택 근무인데, 시차적응이 다 이루어지지 않아 일할 때 피로할 것 같다. 맥주를 계속 마신다. 미국 주식 시황을 살피고 게임을 하고 유튜브를 보면서 디아블로3를 했다. 다행이도 렙업 버스를 탔는데, 친절한 기사를 만나 기본 세팅까지 마쳤다.

 



2020.04.23. 자가격리 2일차
> 02시, 음악감상
미국에서 사온 LP들을 듣는데 계속 바늘이 튀어서 아무리 판을 닦아도 소용이 없었다. 한참을 그러다가 무게추로 스타일러스쪽에 무게를 더 주고 그에 맞춰 안티스케이팅을 잡아주니 그럭저럭 소리가 나온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아 답답해. 음악을 들으며 맥주를 마시다가 또 입이 심심해서 냉동 곱창볶음을 먹고, 유튜브를 틀어놓고 게임을 하며 반복.

 

> 09시, 재택근무 시작

 

> 12시, 동대문구 담당공무원이 집으로 찾아와 자가격리 물품을 건네줌

통통하고 귀여운 스타일의 공무원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서로 거리를 두고 안부를 전하고 물품을 놓고 하는 행동이 인상적이었다.

 

> 13시, 점심으로 CJ 비비고 만두와 사발면을 먹음

 

> 18시, 재택근무 종료

 

> 18시 30분, 수면
하품을 쩍 하다 그대로 잠들었다.

 

> 23시, 기상

까붕이에게 습식사료 챙겨주었다. 핸드폰 쿠팡 앱을 확인해보니 모니터 배송이 되어있다 한다. 현관 문을 여니 모니터 박스가 놓여있다. 아버지 컴퓨터를 어떻게 맞추는가는 정말 어려운 문제다. 상대방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하드웨어적인 조율에 소프트웨어 튜닝을 얹어야 한다. 네이버 뉴스스탠드 및 관심분야 설정, 북마크 바로가기 등등... 게다가 이후를 대비하여 Chrome 원격 데스크탑도 설치를 해 둬야 한다. 모니터를 얹으니 얼추 끝나가는 느낌이다. 모니터 가격이 20만원 안쪽으로 저렴했는데, 화질이 조금 눈에 튄다. 불량화소는 없어서 다행이지만, 좀 더 돈을 들여 좋은걸 살까 싶었다. 돈쓰고 좋은소리 듣지 못하는 경계 위에 서 있는 느낌이다.

 

> 02시, 수면

 



2020.04.24. 자가격리 3일차
> 07시 30분, 시차적응이 되려는지 제 시간맞춰 일어남. 까붕이 사료와 물을 챙겨줌

 

> 08시, 아침식사로 사발면, 밥, 장조림, 명란젓을 먹음

 

> 09시, PD수첩 - "연예인과 갓물주" 틀어놓고 재택근무 시작
256GB SSD가 남아서 아버지 컴퓨터 SSD를 256GB로 업그레이드 했다. 컴퓨터 두대를 전부 포맷하고 갈아엎었고 업무는 노트북으로 진행했다. 갈아엎는 과정에서 자가격리 txt파일도 날려먹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버렸다.

 

> 17시, 자가격리 일지 다시 작성

 

> 18시, 게임 시작
게임을 할때 이거저거 유튜브 틀어놓고 게임을 한다. 삶이 인터넷 안으로 죄 빨려들어가있다. 좋아요와 구독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마다않는 외로운 천국.

 

> 19시 24분, 저녁 뭐먹지? 인생의 난제
집에 혼자 있으니 말이 줄고 생각이 많다. 게임을 하는 것 보다 게임이 잘 돌아가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아, 저녁 뭐먹나.

 

> 20시, 저녁 못먹고 잠들어버림

 



2020.04.25. 자가격리 4일차
> 03시, 기상
디아블로3, 이번 시즌은 딱히 흥이 안난다.

 

> 05시 20분, 오징어와 맥주
글을 안쓰니 화도 많고 미움도 내안에 많다. 아니, 그 못난 것들을 들키기 싫어 글을 안쓴다. 기생충, 백종원 예능이나 김연아 스케이팅을 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듯한 태도는 인종주의처럼 보인다. 근거는 없지만 어렴풋이 납득은 가는 대중의 떽떽거림. 참된 것을 찾아 헤메는 삶의 고단함이 신경질적인 좋아요를 타고 전해진다. 입을 꾹 다물고 게임을 한다.

 

> 06시, 수면

 

> 10시 40분, 기상

미국쪽의 요청업무 처리했다. 내 iPhone SE (2020) 한국으로 보냈다 한다.

 

> 21시, 하루종일 식사 안했다는 생각이 남
집에만 있으니 먹을거나 찾게되고 게임도 영화도 죄다 시큰둥하다. 미국에서 구매해둔 아이폰 SE2가 다음 주에 한국으로 배송 될 예정이라 온갖 무선충전기를 찾아보았다. 하나는 휴대용+직장용 하나는 집에 거치해 둘 목적이다. 계속 배가 고프지 않은데 이러다가 당떨어진 느낌 팍 들면서 후라이팬에 기름 두를 것 같다.
쇼핑을 생각하고 폰을 만지작 대며 누워있으면 불안이 끼어들 틈이 없다. 배터리가 다 된 폰을 내려놓고 누은 채 배위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천장을 쳐다보면 세상이 죄 나를 짓누르는 것만 같다. 통장 잔고도 조금씩 살이 오르고 있고, 내 몸뚱이 하나 외에는 걱정할 것도 없고, 빚도 없고 딱히 억울할 것도 없는데 - 답답하다.

 

> 10시 20분, 까붕이 물 및 참치캔 지급

청청원 곱창, 카스맥주, 이마트 피코크 새우볶음밥으로 한 끼니를 때웠다. 좌파나 우익이나 공포장사꾼은 아니었나 하는 회의가 든다. 혐오를 퍼뜨리고 편견에 대해 무조건적인 반응을 요하는건 정치영역에서 말하는자 모두가 공유하는 태도다. 끔찍한 이야기에 참여 말고 창을 닫자.

 

> 10시 50분, 스팸 반 캔, 햇반, 김, 계란후라이
식욕이 폭발한다.

 

> 11시 40분, 수면

 



2020.04.26. 자가격리 5일차
> 03시 30분, 기상
컴퓨터 관련 제품들 리뷰를 실컷 봤다. 둘 밖에 없어서인지 까붕이가 자꾸 치대와서 같이 마루에 눕거나 앉아 조금 놀아주었다. 까붕이가 살이 많이 쪘는데 덱데굴 구르며 애교부리는건 아기때랑 똑같다.

 

> 08시, 샤워
샤워기 옆에 면도를 위한 작은 거울을 하나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 09시 30분, 아침술
랍스터 파테, 조미 북어포, 우드포드 리저브 버번위스키, 계란후라이 얹은 빅맥 (비접촉, 맥딜리버리 주문)

 

> 20시 기상, 맥도날드 

경제, IT 관련 유튜브 시청

 

> 22시 15분
금성이 아름답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창밖의 동네는 놀랄정도로 시야가 깨끗했지만 하늘엔 낮은 구름이 깔려있어 금성을 볼 수는 없었다. 

 

> 23시, 취침

 



2020.04.27. 자가격리 6일차
> 04시, 기상
상하이 스파이시 버거 콜라랑 먹었다. 콜옵 워존 설치. 잘 모르겠다. 아이폰을 분해해서 상판을 갈 때 느꼈던 감정인데, 내가 알던 기계, 내가 알던 게임은 이제 다 끝난거 같기도 하다. 잘 모르겠다.

 

> 07시 아침식사
불닭볶음면, 짜파게티 먹음.

 

> 09시, 재택근무 시작

 

> 09시 30분, 동사무소에서 연락 옴
서울시에서 10만원 상당의 구호물품(?)을 보내준다고 오늘 들른다고 한다. 대부분이 식료품이라고 해서 괜찮다고 이야기 했다. 신라면 5팩, 짜파게티 5팩, 삼양라면 5팩, 햇반 3팩짜리 2개, 가그린, 콘푸라이트, 서울우유 1L, 캔장조림, 캔고기볶음, 비비고 녹두닭죽, 전복죽, 호박죽, 오뚜기 컵밥, 3분카레, 쇠고기카레, 미트볼, 햄버거, 광천토굴 새우젓 바른김 16봉, 햇반 스팸마요 컵밥, 강된장보리비빔 컵밥, 버섯곤드레 비빔 컵밥, 오뚜기 오삼불고기 컵밥, 스팸 2캔, 아이깨끗해 폼비누, 동원참치 3캔, 고추참치 3캔이 이문2동 동사무소 담당공무원을 통해 전달되었다.

 

> 18시, 재택근무 종료
재택근무 끝나고 저녁밥을 짓고 스팸, 계란후라이, 고기볶음을 먹었다.

 

> 20시, 취침

 



2020.04.28. 자가격리 7일차
> 02시 30분, 기상

 

> 03시 준범형과 보이스톡

 

> 05시 보이스톡 종료
주식, 범죄, 영화,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07시 30분, CJ 강된장보리비빔 컵밥

 

> 09시, 재택근무 시작
재택근무가 익숙해진다. 노동형태는 계속 이랬으면 좋겠다. 

 

> 18시, 재택근무 종료
지원사업에 화상통화로 최종 질의시간을 가졌는데, 답답하다. 내가 처음부터 참여한 건도 아니고 정보도 불충분한 상태에서 일하는건 내 도덕감을 해친다. 

 

> 19시, 저녁식사
냉동고의 삼겹살을 해동해서 된장찌개, 김치, 소주와 함께 저녁식사를 먹었다.

 

> 20시, 취침
영화 "마진콜"을 틀어놓고 보다 잠들었다.

 



2020.04.29. 자가격리 8일차
> 03시 30분, 기상
"마진콜" 다 봄. 그냥저냥 헐리웃 영화였다. 케빈 스페이시를 이제 누구도 좋은 배우로 기억하지 않겠구나.

 

> 09시, 재택근무 시작
해야 할 일들은 많고 상황은 좀 피곤했다.

 

> 12시, 점심식사
비비고 김치만두, 라면

 

>16시 30분, 지완이 생일
지완이 생일이라고 뜨길래 스타벅스 기프티콘 선물해 주었다.

 

> 20시, 재택근무 종료

 

> 21시, 수면
LoL 코믹 하이라이트를 틀어놓고 잠

 



2020.04.30. 자가격리 9일차
> 04시 20분, 기상
포트나이트 배틀패스 구입해서 이거저거 돌려보는데 재미있다.

 

> 08시, 아침식사

사발면, 오뚜기 오삼불고기 덮밥 먹었다.

 

> 09시, 재택근무 시작
어제 심사 및 서류제출 종료라 오늘은 한가롭다.

 

> 12시, 점심식사
햇반 스팸마요 컵밥과 집에 남은 된장찌개로 점심을 먹었다.

 

> 14시, 광수와 통화, 현태형과 채팅
오랜 친구들과 통화 및 채팅을 나누었다. 모욕적인 선거의 후폭풍이 느껴진다. 다들 조금 쓸쓸하고 외롭고 또 어떤 희망들을 생각하고 있더. 누군가의 소식은 침울하게 하지만 또 누군가의 소식은 마음을 단단하게 연결 해 준다.

 

> 18시, 재택근무 종료

 

> 20시, 취침
헉... 하고 잠들어버렸다.

 

> 22시, 기상
이렇게 일어난 김에 자정 넘겨 서울시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하면서 술이나 한 잔 해야겠다. 뉴욕의 친구가 사준 버번 위스키의 달큰한 맛이 좋다. 테슬라가 858USD 까지 올랐길래 팔았다. 

 

> 23시, 취침
술먹고 자니 좋다.

 



2020.05.01. 자가격리 10일차
오늘은 130주년 국제노동절

 

> 02시, 기상
미국 증시 확인했다. 별 변동 없다.

 

> 04시, 취침

 

> 06시 30분, 기상
캐나다에 있는 앤드류와 화상통화를 했다. 앤드류는 차라리 죽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딱히 건넬말이 없어서 스스로에게 잘 대해주라 이야기 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나는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또한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또한 정확하게 알고 있다.

 

> 08시, 아침식사
콘푸라이트와 우유

 

> 09시, 재택근무 시작
그래도 130주년 국제노동절이다.

 

> 12시, 점심
팔도비빔면 두개 먹었다.

 

> 19시, 재택근무 종료
국제노동절을 자축하며 버번위스키 한 잔 마심. 

 



2020.05.02. 자가격리 11일차
> 06시 30분, 기상
까붕이 모래 치워주고 밥, 물 챙겨주었다. 내방 박스도 정리하고 안쓰는 SSD도 포맷 해 두었다. 게임했다. 자가격리를 함께 달릴 게임 친구를 구하지 않았다. 누군가와 새로 말을 섞고 인사를 건네고 관계를 가지는데 별다른 의욕이 없다.

 

> 12시, 점심
불고기 볶아서 밥에 고추장 넣고 같이 슥슥 비벼 먹었다.

 

> 20시 30분, 술 한잔
술로 자가격리를 견딜 수 있다. 술은 내적 자극을 준다. 심심함은 인간을 죽인다. 미국에서 주문했던 아이폰 SE2가 세관을 통과했다. 월요일에 받아볼 수 있을 것 같아, 쿠팡에서 아이폰 케이블과 무선충전기를 주문했다. 

 

> 23시 30분, 수면

 



2020.05.03. 자가격리 12일차
> 06시, 기상
밥먹고 게임하고 인터넷 하고를 반복한다. 삶이 화면속으로 빨려든거 같다. 술을 마시고 싶은데도 마음이 마뜩찮다.

 

> 12시, 카카오톡
뉴욕에서 맑은 하늘 사진을 받았다. 기분이 좋다. 쿠팡에서 케이블과 무선충전기가 도착했다.

 

> 12시 30분, 중고 제품 판매
중고나라와 뮬에 안쓰는 제품들을 올렸다. 팔렸으면 좋겠다. 거래가 재미있다. 

 

> 17시, 머리 깎고 샤워
답답하고 그리워서 머리 깎고 샤워를 했다.

 

> 18시, 편지
뉴욕에 있는 이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 20시 30분, 인터넷 쇼핑
새로 폰이 오면 바탕화면으로 해 둘 엔셀라두스 사진을 마련했다. 쿠팡, 아마존, 알리익스프레스 등을 돌아다니며 사고픈 걸 하나씩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 마우스 글라이드용으로 쓸 UHVMPE 테이프, 컴퓨터 청소 후에 쓸 MX-4 써멀 컴파운드 등이다. CJ 비비고 김치만두에 버번위스키나 마셔야겠다.

 

> 11시 50분, 수면
어서 주식시장이나 열렸으면 좋겠다. 배가 불러서 잠이 안온다. 내일은 아이폰이 도착하려나. 집에만 있는게 고역이다.

 



2020.05.04. 자가격리 13일차
> 06시 50분, 기상
뉴욕에서 편지를 받았다. 서둘러 한 번 읽었는데 다시 또 읽어야겠다.

 

> 08시, 아침식사
라면 볶아 먹었다. 김치냉장고 바닥에 칠성사이다 한 캔이 누워 있어 바로 마셨다.

 

> 10시 40분, 아이폰 SE2 도착
아이폰이 도착했는데, 우체국 택배 아저씨가 비대면 배달이라 하여 지하 1층 무인보관실에 놓고 가셨다. 옷을 입고 13일만에 신발(슬리퍼)를 신었다. 내려가면서 16층 반대머리 아저씨, 올라가면서 15층 이사 직원 두명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 12시, 점심식사
제육 볶아서 밥에 얹어 먹었다. 내일은 어린이날, 내일 마실 500ml 콜라 페트 한 병을 김치냉장고에 잘 익혀두었다.

 

> 18시, 재택근무 종료
mp3 파일들을 마구 다운받아 아이폰에 우겨넣는 촌스러운 짓을 시작했다. 부지불식간에 빠져나가는 구독서비스가 불편하다. 우습게도 디바이스에 흔들림 없이 저장 된 mp3 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2020.05.05. 자가격리 14일차
> 00시 17분, 음원 넣기 종료
mp3 파일 우겨넣기가 끝났다. 하지만 쓸만한 이어폰이나 헤드셋이 없어서 딱히 들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정리를 하는 만족감이다. 까붕이가 식사량이 많이 늘었다. 똥도 치워주고 물도 갈아주었다. 폰이 엄청 빨라졌는데, 새로 앱을 뭘 깔아야 할 지 모르겠다. 강화유리 한 장 붙여주고, 보호케이스 씌워주고, 무선충전기 점검하고 저가 케이블과의 체결을 점검했다. 카드 내역을 확인했더니 LG U+ 알뜰폰 제휴카드 1만원 할인 이벤트가 적용이 안된지 오래였다. 이런걸 알려주지 않는 것은 이익을 취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하겠지만 황당했다. 6GB에 100분 통화, 문자 50통에 3만원 정도였는데, SKT 알뜰폰에 10GB에 100분 통화, 문자 100개에 2만원에 나온 상품이 있어 유심 갈아타기 신정 해 두었다. 제휴카드 멕이면 1만원 이하로 떨어질 것 같다. 새 폰으로 주식창을 들여다 보는데 SSD 처음 달고 부팅할 때의 그 느낌이다.

 

> 03시 30분, 수면
까붕이가 14일만에 내 침대 곁에 누웠다. 왼팔로 까붕이를 한참이고 쓰다듬었다. 

 

> 06시 30분, 까붕이가 깨움
까붕이가 계속 야옹거리며 부르길래 일어나서 밥과 물을 주고 다시 자려 누웠다.

 

> 10시 30분, 일어남
까붕이가 계속 울어대고 방 앞에 먹은걸 토했다. 안놀아주니 스트레스가 심했나보다. 토사물을 닦고 까붕이랑 조금 놀아주었다. 십년을 같이 지냈는데 별로 친하지 않다. 오늘은 어린이날이자 자가격리 마지막 날이라 콜라를 마실거다. 

 

> 12시, 점심
삼겹살, 깻잎, 소주, 햇반

 

> 18시 15분, 콜라
드디어 마신다. Doom(2016)을 조금 했는데, 엑박 패드로는 조금 불편하다. 

 

> 20시 50분, 소회
2주간의 자가격리가 끝나간다. 인천공항을 나와 본 사람이 총 9명 이다. 직장동료 2명, 지역 공무원 2명, 보건소 공무원 2명, 아파트 주민 1명, 이삿짐 센터 직원 2명이 기억을 뒤져 나온 숫자다. 아버지 컴퓨터에도 mp3가 가득하면 좋지 않을까 해서 음악을 다운받아 깔아드리려 한다. 플레이어들을 찾아보는데 AIMP의 옛 카세트 데크 스킨을 깔아드리면 편하지 않을까 싶다. 단순한 구조의 프로그램 및 하드웨어들이 나와서 노령자, 기기 미숙자들에게 적절한 가격에 팔렸으면 하는데, 모든 것이 정보를 빠르게 인지하고 대응하는 이들만을 향해있다. 
그나저나 내일 부모님이 제주공항을 통해 김포 오실텐데 혹시나 싶어 걱정이다. 부모님과 2주간 생활하기로 결심한 동생도 대단하고, 모두가 이 고생이구나. 뭔가 2주 격리면 하고픈게 있을 거 같았는데 불만이 묵직하게 뱃속에 자리잡고 있어 훌훌 자유롭지는 못했다.

 

> 23시, 술 한잔
버번위스키 언더락으로 두 잔째 마시고 있다. 느긋하고 편안하다. 옥수수의 살짝 가벼운 달큰함도 좋다. 아버지에게 새로 드릴 컴퓨터 설정도 다 마쳤고, 내 폰에 음악도 잔뜩 넣었고, 9천원 주고 산 블루투스 이어폰도 연결을 마쳐두었다. 이 자가격리 일지도 이것으로 끝이다. 나는 내일 지하철을 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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