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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앵~~~

카테고리 없음 2016. 5. 24. 02:46

사건에 대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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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신이 길을 걷는데 어디선가 돌이 날아와 당신의 머리를 맞췄다(사건 발생). 당신은 고통을 느끼고, 기분이 나쁘고, 이러한 혼란이 수습 된 뒤 돌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돌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궤적을 생각하며 동시에 돌을 던진 혹은 돌이 날아오게 된 원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 그 돌을 맞은게 당신이 아니라 문재인 또는 박근혜 또는 심상정이라면?


어떤 여론은 그것을 "정치테러"라고 규정 할 것이고, 어떤 여론은 그것을 "우연한 사고"라며 의미연관을 제거하려 할 것이다. 경우의 수를 나눠보자.


A. 비-의도적/자연적 원인 : 공사장 아래를 지나다 안전설비 미비로 인해 돌이 그저 공사장 노동자의 발에 닿아 아래로 떨어진 경우 or 바람이 불어 돌이 건물에서 떨어진 경우.


B. 강력한 의도 : 정치적 반대자에 의한 투석


C. 미약한 의도 : 어린아이들의 장난에 의한 투석


위의 세 가지 의도들에 의해 사건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그럼에도 사회적 의제와 연관된 사안에서 여론이 행하는 의미지음 행위의 강도는 마찬가지이다. 그저 바람이 불어 돌이 떨어졌다 하면 어떤 여론은 그것을 미신적이고 주술적인 것에 연결지을 것이고, 강력한 의도로-테러 목적으로 투척했다 하더라도 어떤 여론은 반등을 위한 자작극이라 할 것이고, 아이들이 뛰놀다 돌을 던지게 된 것에 대해서는 은폐 내지는 부모의 사주를 언급 할 것이다. 유력 정치인에게 돌이 떨어지는 순간, 그것은 (원인맥락과 무관한) 사회적 사건이 된다. 오히려, 그러한 해석들이 등장하는 순간 사건이 시작된다.



2.

사회적 의제가 된 순간 고전적 의미의 진실이라는 것은 와해되고, 의미들의 싸움이 발생한다. 사회는 여러 의견들은 싸움을 벌인다. 이것은 세계관이고 삶의 양식이다. 돌을 던진 이의 행위에 대해 진실성을 묻는 것, 그의 의도가 사건의 원인 중 대부분을 구성하며, 사건의 성격을 규정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회적 맥락에 대한 무지 혹은, 사건을 둘러싸고 발생한 사회적 맥락 중 어떤 부분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사건 이후 정치인은 그 불시의 타격을 어떤 식으로건 이용 할 것이다. 테러로 규정짓건(정국냉각), 온화한 미소로 아무일도 아닌척 하건(대인배 인증), 여/야당의 사주를 받았다고 주장하건(역풍) 그것은 사회적 의미규정을 타고 들어가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권의 대응을 우려하는 반대파들은 '이것이 사건의 진실이다'고 주장하며 돌의 궤적과, 투척자의 심리상태등을 열거하면서 사건의 물리적-인과적 원인에 집중해서 과대해석 하지 말라고 한다. 


이렇게 사건은 다음의 두가지 분화를 겪는다. 그 사건은 Token인가 Type인가?의 싸움.


사회적 맥락과 다양한 의견충돌에 대한 넌더리를 내는, 반대파가 이용한다며 사건을 축소시키는 논지들은 그 사건을 우발적인, 개인의, 특수한 사건으로서 - Token으로서 규정하고자 한다. / 사회적 맥락으로서 이 연결들을 파악하고 그 연결들을 보여줌으로서, 우리가 무엇을 수정해야 할 지 혹은 이러한 유형(Type)의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할 지 이야기 하는 이들이 있다.



3.

본론으로, 강남역 살인사건은 Token인가? Type인가? 위의 항들에 각각의 인터넷 커뮤니티의 성향 혹은 자신의 사고방식을 기입 해 보면 어떠한 경향성을 보일 것이다. 본질적으로, 사건은 사회외 무관하게 발생 할 수 있다. 최초의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가 태어났을 때, 그것은 사회적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혹은 당신이 목이말라 물을 마시려고 했는데 알고보니 설탕물일 때, 그것은 사건이지만 사회적 사건은 아니다. 


그러나, 범죄는 사회적 사건이다. 이 단순하고 명료한 관계를 애써 부정한다면 대화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에 이른다. 다시 한 번, 범죄는 사회적 사건이다. 범죄는 사회 안에서만 규정된다. 우리가 사건들에 집중하고 타자를 통해 발화되는 내용에 귀 기울이고 정보를 수집하는 이유는, 그것이 '나'라는 영역의 많은 공간을 공유하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강남역 살인자가 조현병을 앓고있고, 삶이 팍팍했다는 것은 사건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그것은 그의 내적 살인동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화장실에 먼저 들어온 남성 6명을 보내고, 여성을 살해하는, 살인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다. 그가 여성을 약자로 규정하고 여성을 살해하는 것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4. 

강남역 살인 사건의 맥락은 그렇게 Type으로 이해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이해지평이라 생각한다. 한 조현병 환자의 개별적이고 충동적인 미친짓으로 규정되는 것(Token)이 부당한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며 여러 의견들이 충돌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 범죄가 가진 사회적 사건으로서, Type으로서의 성격을 드러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의견의 발화가, 이번 살인을 사회적 사건으로 만들었다. (거꾸로, 매우 중요하고 의미심장한 사건인데도 별 언급이 되지 않던 수많은 범죄들을 생각 해 보라)


그가 충분히 정신적 혼돈에 휘둘려 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대해서 열어둔다고 해도, 그것이 이 사건이 가지는 사회적 제 맥락을 훼손하지는 않는다. 그가 가진 정신질환이 100% 살인의 원인이라 하더라도(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전혀), 이 사건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거의 그(살인자) 또는 물리적 원인과 무관하다. 


오히려 이번 사건이 그의 개별적이고 우연적인 돌발행위라고 말하는 이들이 은폐하고자 하는 것 - 그 은폐행위가 지시하는 의미들의 연관이 좀 더 투명하게 발화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범죄 없는", "안전한", "좋은 세상 함께 만들자"라는 말은 인류 역사상 단 한번도 기능하지 못한 최면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Token으로 규정함으로서 방지하고자 하는 것,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재미있게도 이 역시 발화자는 모르고 꽥꽥대는 경우가 많다. 힘에의 판단이 결여되었거나 왜곡되었기 때문이다)



5.

희생자를 마음 깊이 애도한다. 범죄로 인해 위축된 우리의 삶이 좀 더 나아기지를 희망한다. 삿된 말들과 모욕, 억압의 말단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수많은 친구들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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