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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 2016. 4. 26. 01:31게임의 (먼) 미래
게임, 초기의 고전적인 게임 양식들은 말을 옮기거나(장기와 체스) 확률을 가지고 놀거나(동전던지기, 가위바위보) 했었다. 컴퓨터의 개발로 인해 세계를 극단적으로 추상화한 고전적 게임에서 좀 더 많은 정보를 가진 게임으로 지난 30년간 빠르게 발전했다. 그래픽은 2컬러에서 32비트 트루 컬러로 변경되었고 3D입체에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보다 직관적이고 간결하면서도 게임에의 몰입을 흐리지 않기 위해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을 몰아세우고 있다.
그런데 만약 인간이라는 종이 생명의 나선에서 멸종으로 추락지지 않고 영생으로 도약한다면, 게임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원자 단위를 자유로이 조정할 수 있는 기술을 획득한다면(그것이 영생이 의미하는 바이다) 각 개인은 플레이어(물론 이 때의 개인, 플레이어라는 단어는 현대어의 개인, 플레이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와 다를 것이다)에게 시뮬레이팅 된 하나의 세계가 주어질 것이다. 각 세계에서 플레이어들은 하나의 캐릭터를 가지고 키우던가, 우주 단위의 전쟁을 하던가 여튼 무엇이건 할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플레이어의 여러 요구들은 직접적으로 그 세계의 상과 연결 될 것이다. 플레이어간의 세계교차를 통해 전쟁이나 육성, 전략등을 겨룰 수 있는 온라인 구조도 발생할 것이다. 그러니까, 게임 안에 세계를 지금보다 현저히 드높은 정보량으로 담게 되지 않을까? 세계를 세계와 같게 묘사함으로서 게임 안에 세계를 구축하기 - 현재의 게임 발달에는 이러한 방향성이 있다.
이것은 재미있게도 인간이 우주로 나아가 여러 별과 은하와 거대구조와 우주 그 자체를 다루는 것과 형태상 동일이다. 결정적인 차이점은 정보량인데, 우주가 초끈들을 통해 정보량을 구성한다면, 게임은 그것을 가동할 데이타 박스의 물리적 크기에 의해 그 정보량이 한계지어진다. 게임은 영원히 실재세계를 그대로 담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 차라리 게임안의 세계는 실재세계를 모사한 다른 세계로서 독립적으로 존재할 것이다. 물론 그 독립의 에너지원이 서버에 공급되는 에너지라는 사실만 제외한다면.
개인는 게임 안에서 세계를 구축하고, 또 그 구축된 게임 세계속에서 다시 게임을 만들 수도 있다. (마인크래프트 상에서 블록들을 이용해 컴퓨터를 만들고 그 컴퓨터에 마인크래프트 프로그램을 코딩해서 마인크래프트를 돌리려는 시도를 생각해보라) 그리고 현생인류의 우리 눈에 큐브형태로 보이는 마인크래프트의 캐릭터가 아닌, 압도적인 정보량과 묘사들로 움직이는 캐릭터들이 가능하리라 생각 해 본다면 그 캐릭터에게 이렇게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넌 스스로 무엇이라 생각하니?" 글쎄, 난 그 캐릭터가 "인간이요"라고 대답하지 "저는 프로그래밍된 존재로서 어쩌구 저쩌구 입니다"라고 대답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니까, 우리가 장기에서 졸을 옮기고 차와 포를 옮기듯이 이러한 시뮬레이팅은 본질적으로 神과 같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게임 안에서 신이 된다. 그리고 나-개인과 같은 플레이어 하나를 두고 그 세계 안에 살게 하다가 그를 예수로 만들 수도 있다. 아니면 친한 친구 몇 명이서 올림포스 동산을 만들 수도 있다. 매우 생생하게. 현실적으로. 게임 안의 객체들이 제각기 자아를 가진 형태로. 그것은 어떤 점에서 하나의 우주를 만든 것과 동일하다.
물론 이러한 형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수한 문제들이 존재한다. 일단 원자단위를 자유로이 다룰 수 있는 기계적 기술들이 있어야 하고, 이러한 정보들을 처리할 압도적인 능력의 논리회로를 구축 할 수 있어야 하고, 감각과 능동성 등 아직 기계어로 변환되지 못한 것들에 대한 해석과 복제가 나와야 한다. 이러한 문제 외에도 다음과 같은 문제들 역시 남아있다. 타인의 정보를 복제하여 게임에 넣고 학대를 한다던가, 유전 정보에 기반한 복제 캐릭터를 (그것이 옆집 영철이거나 뒷집 순이엄마일 수 있다) 시각 뿐만 아니라 촉각, 후각, 미각 등의 요소까지 침투 가능한 VR에 연결해 성적 침해를 한다면? 아이들에 대한 폭력이나, 집단학살등은?
그렇다. 사실 이런 문제들 역시 현대의 게임에서 반복되는 문제들이고 우리는 아직도 그것에 대해 논의중이다. 아마도 위에서 열거한 기술이 개발 되었을 때, 그때의 개인이라는 그 무엇은 저러한 요소들에 대한 통제장치등을 마련하고 해결하려 할 것이다. 다만 원자를 자유롭게 다룬다는 것이 함축하는 것은 원자보다 더 적은 단위에서의 정체성/차이 규정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이고, 이러한 복제 가능성은 동일하게 (지금과 마찬가지로) 해킹의 위협에 직면해 있게 된다. 결국 암호화와 identity가 중요한 기술적 열쇠로 (역시 지금과 마찬가지로) 남게 된다.
사실은 어떤면에서 게임은 곧 모든 것이 될 지도 모른다. 90년대 PDA와 핸드폰의 경쟁을 겪은 사람이라면 지금의 스마트폰을 PDA라고도 핸드폰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 이유를 알 것이다. 본질이란 재 규정되는 것이지 원래 그러한 것이 아니니까. 게임 역시 마찬가지이다. 게임과 업무, 게임과 디자인, 게임과 또 그 무엇들을 나누는 것은 기술이 극한으로 수렴할 때 무의미 해 질 것이다. 현재로서는 그 극한을 초끈 단위를 인공적으로 다루는 것이라 할 때 일단은 원자 정도에서 이정도의 일들이 발생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 그때에도 온/오프의 구분은 존재 할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주장대로 빛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아주 먼 은하에 간다는 것과 그리하여 식민지를 만든다는 것이 시간의 벽으로 인해 엄청난 이득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항성간, 은하간 여행을 시도한다면 그것은 이익보다는 생존의 이유일 것이다. 저 먼 미래에는 주체-개인의 단위가 이미 온라인으로 흡수된 형태가 올 지도 모른다. 오히려 오프라인은 우리가 도구들을 통해 수집하는 에너지원으로서 기능하고 사건은 정보들간에 발생 할 것이다. Admin 또는 GM으로서 각 서버별로 기능하는 것을 우리는 개인이라고 부르게 된다면 말이다. 여튼, 그럼에도 게임 외부의 우주는 존재할 것이고 게임 서버가 작동하기 위해서 에너지가 필요하기에 그렇게 우리는 오프라인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몇가지 광물과 에너지를 위해 평화롭게 살고 있는 행성의 생명체를 서버기지를 안착시키는 우리 현생인류를 걱정하며 끔찍해 할 필요는 없다. 생명이란 정보의 교류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우연적이고 불확실한 탄소유기화합물일 뿐이다. 항성간 이동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 비루한 탄소유기화합물의 껍질과 다른 껍질을 지닐테고, 그 상태에서 중요한 것은 항성과 생명없는 수많은 별에서의 자원 획득이지 감자캐던 김씨의 텃밭을 헤집는게 아니다.
게임은 쉽게 만들어질 것이다. 주체의 상상에 의해 금방 세계가 구성될 것이고, 그 구성된 세계가 불완전하다면 그것은 매트릭스처럼 붕괴하지 않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거나, 혹은 안정된 세계를 구성하기 위해 무수한 실험-세계의 파괴와 창조-를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신이라는 존재가 이 세계에 했던 그 무엇이라고 여기는 것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다만 정보량이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이 우주보다 부족할 뿐.
그렇게 만들어진 게임을 하고 싶은가.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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